|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가 있었다. 광고에 대해 아는 것은 쥐뿔없지만, 그때 느끼기로는 꽤 참신한 수법이었다. 광고라고 하기엔 뜬금없는 카피와 내용으로 하여금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곰곰히 생각하도록 만들어서 '선영아 사랑해'를 기억하게끔 만들었었다. 선영(이하 생략)이전에도 그런 방법을 쓴 광고가 있었을테지만 내게 그런 '광고답지 않은 방법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되새기고 이야기거리가 되게 함으로서 광고효과를 톡톡히 보는 광고'는 선영(생략)이 처음이었다. 해피포인트 광고의 광역도발 이후 포인트 카드를 자를까 말까 자를려면 쓰고 자르는 게 낫지 않나 근데 쓸만큼 모이지도 않은 것 같고 확 자르고서 인증샷 올리려니 너무 나대는 거 같고 ..하면서 고민하다가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화제의 광역도발 해피포인트 광고를 보기 이전에는 해피포인트라는 것에 대해 무심했다. 빵 사러 갔다가 직원이 만들라기에 뭐 그럼 만들지 정도로 만들고, 막상 빵 자체는 두세달에 한번 살까말까 한 빈도였으니 포인트가 쌓일 일이 없고, 그러니 해피포인트라는 말을 들어도 읭? 그게 뭐? 정도로 무심하게 잊었었는데, 광역도발을 보고나니 해피포인트에 대해서 기억하게 되었다. 생각하게 되었다. 심지어 그동안 아무 관심없던 적립포인트를 써버려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삼 알게 되었다. 아, 그 광고, 광고가 맞았구나. 이번 맥스웰 광고도 그렇다. 되게 뜬금없다. 아직 앳된 티가 나는 이쁘장한 여대생이 '너 복학하지 마. 나 너 안 좋아했던 거 같다.' 라고 말하는 게 끝이다. 먼저 그게 맥스웰과 무슨 관련이 있나 고민하게 되고, 그게 왜 해피포인트마냥 광역도발이라는 소리를 듣나 고민하게 된다. 어쨌든 뭔가 불쾌하다. 이 광고는 보는 사람이 불쾌해하기를 바라는 광고다. 기껏 [고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사람들 앞에 내보이는 것은,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관계의 바닥에서 머무는 음습한 악의다. 그 '고백'은 불특정 다수의 누군가에게 하는 고백이 아니라 단 한 사람-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어떤 특정인에게 내던지는 악담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그걸 볼 때는 그들의 관계를 모르는 채 볼 수밖에 없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상상력을 가동시키며 이런 저런 가설을 세우고 짜맞춰본다. 기억하게 된다. 무개념한 20대 여대생을 기억하고, 뜬금없기에 황당한 '이십대의 고백, 맥스웰 하우스'라는 광고 카피를 기억하게 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소리를 한 건지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이런 광고를 해서 맥스웰 하우스쪽이 얻는게 뭔지 고민하게 된다. 의도된 불쾌함을 불러일으켜서 자신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것까지는 그냥 노이즈 마케팅이구나 싶은데, 왜 하필 그 불쾌함의 대상이 또 20대 무개념 여자냐고. 20대 무개념 여자가 없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20대 무개념 여자를 욕하는 거에 대해서 뭐라고 하고 싶지 않지만(나도 내 나이 또래 무개념한 남자 욕하곤 하고, 욕들을 만한 행동에 대해서 욕하는 거에 대해서 뭐라카는 *신성한 양*이 아니니까) '20대 무개념 여성'을 앞세워 불쾌감은 그녀들이 받도록 하고 기억은 자신들이 되기를 바라는 이런 광고는 짜증난다. 시청자들의 불쾌함을 불러일으키는 게 목적이면서 불쾌함의 댓가는 받지 않으려하는 기업들의 속셈이 불쾌하다.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에 관심가지는 나 자신의 습성을 또한번 마주보게 하면서 '거기까지밖에 안되는' 시청자들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불쾌하다. 꼭 드라마 평론 보면 시청자들의 관음증 운운하면서 은근히 시청자들을 비웃곤 했던 것처럼. 아니 남들의 사생활을 드라마로 만들고서 그걸 보면 또 본다고 욕하고, 안 보면 안 봐서 망한다고 욕하고. 어쩌라고? 이런 종류의 광고는 해피포인트가 그랬듯이 화제가 되는 것이 목적이고, 그러니까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도 광고의 목적에 지푸라기 하나 더 보태주는 것일테다. 그걸 알면서도 불쾌하다고 그러니까 이런 종류의 광고 고마 하라고 쫌. +사족을 덧붙이자면.. 저 여자애는 그냥 '너 좋아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너 복학하면 또 마주봐야 할테니) 복학하지 마'말고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거기에 군대라는 단어가 자동완성으로 덧붙여지는 건 얼마전 해피포인트 도발이 깔끔하게 맺어지지 않기도 했고, 대부분의 남학생들이 우선 대학을 가고_군대를 갔다가_복학하는 순서가 되기 때문이겠지. 그렇지만 저 말만으로 확정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저 여자애가 레즈일 수도 있고, 군대가 아니라 다른 일로 휴학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아무런 맥락없이 불쾌한 말만, 불쾌하다는 투로 딱 끊어버린 저 광고가, 아무 관련없이 살다가 문득 광고를 본 사람 입장에서는 '길가다가 돌맞은' 기분이겠지만, 혹시 모르지. 지금쯤 되서야 저렇게 웃음 섞어가며 이를 드러낼 수 있게 된거지 그 '누군지 모를 복학하지 않았으면 좋을 사람'이 '시청자로서는 알 수 없는 사정' 때문에 휴학하기 전에 저 여자애를 죽도록 괴롭혔었을지 어쨌을지 알게 뭐냐.. 나쁜 상상 한 김에 더 이어보자면,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는 복학생이라고 해도, 군대 가기 전에 에라 곧 군대도 가겠다, 나 좋다는 여자애 한번 덮친다음에 책임없이 군대로 튈까? 같은 경우라는 상상도 할 수 있다. 요문이 그랬고..뭐, 여기에 예시가 될만한 사람들을 줄줄이 적지 않아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례들을 만들어낸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그리고 이런 남의 사생활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면서 그와 동시에 '그래 난 남의 사생활이나 궁금해하는 관음증에 빠진 시청자지'라는 자각이 들게 되는 게 참 그렇단 말이지=_=
|
메모장
최근 등록된 트랙백
자살 12문.by Diehard Showcase 지정문답 두번쨰 by 여자들은 다 공주병이야 지정문답『원고』 by ⓧ별이 머무는 땅 지정문답...? by ⓧ별이 머무는 땅 그 많던 처녀들은 어디.. by 24-7 / H:appy life 최근 등록된 덧글
옙 확인했습니다.by ⓧlumi at 12:59 매번 3-1이 뜨는 것도 무.. by ⓧlumi at 12:59 3-1의 상황이 요즘 잘 안.. by 농어 at 12/23 얏흥이 뭔가요?ㅅ? by ⓧlumi at 12/23 제가 요새 이글루에 좀 .. by ⓧlumi at 12/23 이글루 파인더
| ||||||